아무 생각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첫 음이 방 안을 채우자, 오늘보다 오래된 하루가 먼저 도착했습니다. 잊고 있었다고 믿었던 거리와 계절, 그날의 공기와 표정이 설명도 없이 다시 살아났습니다. 음악은 지금 흐르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오래전 어느 하루를 천천히 걷고 있었습니다.
기억은 날짜보다 감각을 오래 붙잡습니다
우리는 몇 년도였는지는 잊어도, 그날 창문으로 들어오던 바람은 기억합니다. 누구와 함께였는지는 흐려져도, 그때 흘러나오던 노래는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기억은 시간을 저장하지 않습니다. 빛과 냄새, 공기와 소리처럼 하나의 감각으로 머물러 있다가 같은 감각을 만나는 순간 다시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래서 음악은 과거를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 시절을 다시 오늘로 데려옵니다.
기억이 현재를 다시 선택하게 만듭니다.
음악은 시간을 여는 가장 오래된 열쇠입니다
사진은 장면을 보여 줍니다. 글은 사건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음악은 그 순간의 온도와 속도까지 함께 데려옵니다.
몇 마디가 지나기도 전에, 오래 잊고 있었다고 믿었던 감정이 아무 예고 없이 돌아옵니다.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어도 마음은 먼저 알아봅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아니라, 오래전의 내가 잠시 오늘을 찾아온 것입니다.
우리는 음악을 재생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시간입니다.
한 곡이면 충분했습니다.
돌아온 것은 기억이 아니라,
그날이었습니다.
다시 찾아오는 것은 그날입니다
우리는 과거를 만나기 위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전의 내가 아직 내 안에 살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과거를 떠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내 안에 아직 살아 있는 한 시절을 다시 만나는 것입니다. 어떤 멜로디 하나만으로도 수십 년의 거리는 사라지고, 오래 닫혀 있던 풍경이 조용히 오늘 곁으로 걸어옵니다.
멀어진 것은 시간이 아니라, 그 시절을 잊고 살아가던 나였습니다.
내가 잠시 다른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서 오래된 노래를 들은 날은 추억에 잠긴 하루가 아닙니다. 내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계절을 지나 지금에 이르렀는지를 다시 이해한 하루가 됩니다.
내가 그날을 찾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날이 먼저 나를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음악은 끝났습니다.
그런데도 그날은 아직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음악은 재생이 아니라, 오래전의 나를 오늘로 데려오는 조용한 귀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