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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관계의 안부를 몰래 확인하는 마음

사람과 거리 · · 약 6분 · 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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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 소파에 앉은 사람이 휴대전화의 소셜미디어 프로필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다시 연락할 생각은 없는데도, 손가락은 오래된 이름 앞에서 잠시 멈춥니다.

검색창에 이름을 입력하는 데에는 몇 초도 걸리지 않습니다. 이미 여러 번 찾아본 이름이라 첫 글자만 눌러도 계정이 나타납니다.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는지, 최근에는 어디에 갔는지 잠시 살펴봅니다.

좋아요도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연락할 말을 떠올리는 것도 아닙니다. 몇 장의 사진을 넘긴 뒤 화면을 닫으면, 방 안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조용해집니다.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은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그리움이라고 하기에는 마음이 잔잔하고, 미련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도 어느 날 문득 그 이름을 다시 검색합니다.

연락처에서는 지워도 이름은 남는다

관계가 멀어지는 과정은 대개 분명하지 않습니다. 마지막 통화도, 마지막 만남도 그것이 마지막이라는 표시 없이 지나갑니다. 답장이 늦어지고 약속이 줄어들고 서로의 하루를 묻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계는 조용히 생활 밖으로 밀려납니다.

연락처를 지우거나 대화창을 정리하면 눈앞의 흔적은 사라집니다. 그러나 이름과 말투, 함께 자주 걷던 길까지 함께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관계는 현실에서 먼저 끝나지만 기억에서는 훨씬 천천히 물러납니다.

그래서 어떤 이름은 더 이상 부를 일이 없어도 마음속에서는 오래 자동 완성됩니다. 비슷한 노래를 듣거나 익숙한 골목을 지날 때 생각은 특별한 이유 없이 그 사람에게 닿습니다.

우리는 끝난 사람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한 시간을 기억합니다.

끝났지만 끝나는 장면은 없었다

분명하게 헤어진 관계에는 마지막 말이 남습니다. 서로가 끝을 알고 있었고, 적어도 어느 순간부터는 이전과 같은 사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입니다. 아프더라도 관계가 닫히는 장면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연락이 서서히 끊긴 관계에는 그런 장면이 없습니다. 다투지도 않았고 크게 상처를 주고받지도 않았는데, 어느 날부터 상대의 하루에 들어갈 자리가 사라집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묻기에는 늦었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넘기기에는 마음 한쪽이 비어 있습니다.

그래서 SNS는 끝난 관계를 다시 시작하는 공간이 아니라, 끝나지 못한 시간을 잠시 들여다보는 공간이 됩니다. 말을 걸지 않아도 되고, 거절당할 일도 없습니다. 그저 상대가 지금 어디쯤 살아가고 있는지만 조용히 확인합니다.

현실에서는 없었던 마지막 장면을, 우리는 화면 속에서 뒤늦게 찾습니다.

나 없이 이어지는 시간을 바라본다

SNS에서 마주치는 것은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아닙니다. 몇 장의 사진과 짧은 문장, 선택된 순간들뿐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작은 조각만으로 하나의 하루를 상상하고, 하나의 삶을 완성해 버립니다.

표정이 편안하면 잘 지내고 있다고 믿고, 새로운 사람들과 찍은 사진을 보면 내 자리는 오래전에 채워졌다고 생각합니다. 게시물이 뜸하면 이유를 상상하고, 익숙한 장소가 보이면 오래된 기억을 덧붙입니다.

저녁 무렵 방에 앉은 사람이 여행과 일상 사진이 배열된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은 몇 장면만 보여주지만, 빈칸은 기억이 채워 넣습니다.

실제로 보고 있는 것은 몇 장의 사진뿐인데, 마음은 그 사이의 시간을 스스로 이어 붙입니다. 화면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은 SNS가 아니라 그 사람을 알고 있었던 우리의 기억입니다.

그 사람보다 그때의 나를 확인한다

오래된 사람의 SNS를 보다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그 사람보다 그 시절의 자신입니다. 그 사람에게 자주 보내던 말과 함께 있을 때만 자연스럽게 드러나던 자신의 표정이 먼저 기억납니다.

관계는 한 사람에 대한 기억만 남기지 않습니다. 그 사람 곁에서 살아가던 자신의 한 시기도 함께 보관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의 현재를 바라보다가 어느새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예전 같으면 오래 붙잡았을 사진을 이제는 담담하게 넘기기도 하고, 반대로 아무렇지 않을 것 같던 한 문장에 오래된 감정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그 변화는 상대보다 자신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를 먼저 보여줍니다.

그 사람의 계정은 결국 그 사람보다 그때의 나를 먼저 보여줍니다.

책상 앞에 앉은 사람이 휴대전화와 오래된 사진, 영화표와 노트를 바라보고 있다
한 사람을 찾아 들어갔지만, 마지막에 마주하는 것은 오래전 자신의 시간입니다.

상대에게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습니다. 화면을 내려놓는 손은 들어 올릴 때보다 조금 가벼워져 있습니다.

다시 돌아가지 않기 위한 짧은 방문

연락이 끊긴 사람의 SNS를 본다고 해서 관계를 되돌리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오히려 돌아가지 않기 위해 확인합니다. 기억 속에서는 멈춰 있던 사람이 현실에서는 계속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면, 오래된 시간도 조금씩 현재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그 사람은 자신의 계절을 살아가고, 나 역시 다른 계절을 지나왔습니다. 함께했던 시간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지금의 삶을 설명하는 시간도 아닙니다.

우리가 확인하는 것은 상대의 안부가 아니라, 이제 그 이름을 다시 검색하지 않아도 괜찮아질 만큼 흘러온 자신의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검색창에서 이름을 지웁니다. 화면이 천천히 꺼지고, 방 안에는 처음과 같은 조용함이 다시 내려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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